더 보링 컴퍼니 '루프'와 도심항공교통(UAM) 지하와 상공의 경쟁

더 보링 컴퍼니 ’루프’와 도심항공교통(UAM) 지하와 상공의 경쟁

2025-10-21, G25DR

1. 도시 모빌리티의 새로운 지평

1.1 지상 교통의 한계와 새로운 대안의 부상

전 세계는 거대한 도시화의 흐름 속에 있다. 인구의 도시 집중은 경제 성장과 혁신의 동력이었으나, 동시에 지상 교통 시스템의 포화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도로망은 만성적인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는 막대한 시간 손실과 물류비용 증가, 그리고 대기오염과 탄소 배출이라는 환경 문제로 직결된다. 기존의 해법인 도로 확장이나 지하철 건설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장기간의 공사, 그리고 도심 공간의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며 그 효용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지상 교통의 근본적인 한계는 인류의 이동 방식을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공간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필연적 요구로 이어졌다. 이 요구에 부응하여, 미개척 영역으로 남아있던 도시의 지하와 상공을 활용하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이 부상하고 있다.

1.2 지하 터널 네트워크 ’루프’와 저고도 항공 네트워크 ’UAM’의 개념적 대두

3차원 도시 교통의 비전은 두 개의 상이한 경로, 즉 지하와 상공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첫째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더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 TBC)가 제시하는 ‘루프(Loop)’ 시스템이다. 이는 ’터널 속 테슬라(Teslas in Tunnels)’라는 직관적인 개념으로 요약된다.1 혁신적인 터널 굴착 기술을 통해 기존 대비 획기적으로 낮은 비용과 빠른 속도로 지하에 전용 터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정체 없이 고속으로 주행하는 개인화된 대중교통 시스템을 지향한다.1 루프는 지하철과 같은 대규모 수송보다는, 개별 차량이 중간 정차 없이 목적지까지 직행하는 주문형(on-demand) 서비스에 가깝다.

둘째는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이다. 이는 전기 동력 수직이착륙 항공기(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eVTOL)를 활용하여 도심의 저고도 공역을 비행하는 새로운 항공 운송 시스템을 의미한다.3 ’에어택시(Air Taxi)’로도 불리는 UAM은 지상의 교통 체증을 완벽하게 회피하여 도시 내 주요 거점을 신속하게 연결함으로써,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3 헬리콥터와 유사하지만 전기 동력을 사용해 소음과 공해를 최소화하고 운영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1.3 보고서의 분석 프레임워크 제시

본 보고서는 미래 도시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지닌 두 시스템, 루프와 UAM을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분석은 네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째, 각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의 혁신성과 운영 방식을 분석한다. 둘째, 현재 상업적으로 운영되거나 시험 중인 프로젝트의 현황 데이터를 통해 현실성과 실효성을 검증한다. 셋째, 인프라 구축, 운영, 안전, 규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두 시스템을 정면으로 비교하여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종합하여 미래 도시 교통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를 예측하고, 정책 입안자와 관련 기업이 고려해야 할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이 분석을 통해 지하와 상공에서 펼쳐질 미래 모빌리티 경쟁의 향방을 가늠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교통 시스템 구축을 위한 통찰을 제공하고자 한다.

2. 더 보링 컴퍼니 ‘루프’: 지하 고속도로의 현실과 과제

2.1 기술적 혁신과 운영 방식

더 보링 컴퍼니의 비전은 터널링 비용을 극적으로 낮추어 지하 교통을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기존 터널 공법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려는 여러 기술적, 과정적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2.1.1 터널링 비용 절감 기술

TBC는 터널 굴착기(Tunnel Boring Machine, TBM)의 성능 개선과 공정 단순화를 통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자 한다.

  • 포퍼싱(Porpoising): 전통적인 터널 공사는 TBM을 지하로 내리고 조립하기 위해 입구와 출구에 거대한 수직갱(shaft)을 파야 한다. 이는 전체 공사 비용과 기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TBC의 ‘포퍼싱’ 공법은 TBM이 지상에서 경사로를 통해 직접 땅속으로 굴착을 시작하고, 터널링이 끝난 후 다시 지상으로 나오는 방식이다. 이로써 값비싼 수직갱 공사를 생략하여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6

  • 라이너 트럭(Liner truck) 및 연속 터널링(Continuous tunneling): 기존 터널 공사에서는 굴착된 터널 내벽을 보강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세그먼트)을 디젤 기관차로 운반하고, TBM이 굴착을 멈춘 상태에서 세그먼트를 설치한다. TBC는 이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테슬라의 모터와 배터리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전동 트럭으로 세그먼트를 운반한다. 이는 디젤 배기가스 문제를 해결하고 별도의 레일 설치가 필요 없어 효율적이다. 더 나아가, TBM이 굴착을 멈추지 않고 실시간으로 세그먼트를 설치하는 ‘연속 터널링’ 기술을 개발하여 굴착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6

2.1.2 ‘Teslas in Tunnels’ 운영 모델 분석

루프 시스템은 단순한 지하 터널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운영되는 차량과 스테이션을 포함하는 통합 교통 솔루션이다.

  • 개념: 루프는 지하철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하철이 정해진 노선을 따라 모든 역에 정차하는 대량 수송 시스템이라면, 루프는 승객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중간 정차 없이 직행하는 ‘지하 고속도로’ 또는 ‘개인화된 고속 셔틀’ 개념에 가깝다.1 이는 불필요한 정차 시간을 없애고 이동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다.

  • 차량: 현재 라스베이거스 루프에서는 인간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테슬라의 모델 Y와 모델 3가 사용되고 있다.7 장기적으로는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 FSD) 기술을 적용하여 운전자를 없애고, 차량 운영 효율과 수송 용량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8

  • 스테이션: 루프의 또 다른 특징은 스테이션의 소형화와 분산화다. TBC는 스테이션이 주차장 2칸 정도의 최소 면적만으로도 구축 가능하다고 주장한다.1 이는 대규모 역사 건설이 필요한 지하철과 달리, 도심의 호텔, 컨벤션 센터, 주차장 등 기존 건물에 쉽게 통합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촘촘한 네트워크를 저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TBC의 핵심 경쟁력은 개별 기술의 혁신성 자체보다, 기존 기술을 조합하고 공정을 재설계하며 규제 환경을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 ’포퍼싱’과 같은 기술은 기존 공법의 점진적 개선에 가깝지만, 테슬라의 배터리, 모터, 자율주행 기술을 수직적으로 통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민간 자본으로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추진함으로써 연방정부의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회피하는 전략이 TBC의 진정한 차별점이다.9 이 ‘속도전’ 전략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성공적으로 작동했지만, 수많은 환경 및 안전 규정 위반이라는 결과를 낳았다.9 이는 TBC의 사업 모델이 ’규제 비용’을 사업 리스크의 일부로 간주하고,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해 이를 감수하는 공격적인 방식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모델이 규제가 엄격한 다른 도시나 국가에서도 동일하게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2.2 라스베이거스 루프: 상업 운영 현황 및 데이터 분석

TBC의 비전을 현실 세계에서 검증하는 첫 시험대는 라스베이거스다. 컨벤션 참가자들을 위한 소규모 셔틀로 시작한 LVCC 루프는 이제 도시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베이거스 루프’로 확장되고 있다.

2.2.1 네트워크 현황

최초의 상업 운영 시스템인 LVCC(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루프는 2021년에 개통되었다. 처음에는 1.7마일(약 2.7km) 길이에 3개의 역으로 구성되었으나, 이후 2.1마일(약 3.4km)에 5개 역으로 확장되었다.7 이 시스템은 도보로 25분 이상 걸리는 컨벤션 센터 양 끝을 약 2분 만에 연결하는 효과를 제공한다.11 이후 베이거스 루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리조트 월드, 웨스트게이트, 앙코르 등 스트립 지역의 주요 호텔 및 리조트와 연결되는 터널이 순차적으로 개통되어 운영 중이다.12

2.2.2 수송 실적 분석 (주장 vs. 현실)

TBC는 루프의 엄청난 수송 능력을 강조해왔다. LVCC 루프는 시간당 4,400명, 최종적으로 확장될 베이거스 루프는 시간당 최대 90,000명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1 그러나 실제 운영 데이터는 이 주장과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2021년 7월, LVCC 루프가 기록한 실제 피크 타임 수송량은 시간당 1,355명에 불과했다.7 TBC는 이후 CES와 같은 대형 행사에서 일일 32,000명 이상, 시간당 4,500명 이상을 수송했다고 발표했지만 10, 이는 특정 조건 하에서 단기적으로 달성된 최대치일 가능성이 높으며, 지속 가능한 평균 수송 능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2.2.3 운영 속도 및 소요 시간

TBC는 루프 차량의 최고 속도가 150mph(약 241km/h)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1, 이는 터널의 직선 구간에서 이론적으로 가능한 속도다. 현재 LVCC 루프 내에서 차량은 약 35~40mph(약 56~64km/h)의 속도로 운행되고 있다.6 비록 최고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신호나 정체 없이 꾸준히 주행하기 때문에 45분 걸리던 컨벤션 센터 캠퍼스 횡단 시간을 2분으로 단축하는 등 특정 구간에서는 매우 높은 효율성을 보여준다.14

2.2.4 요금 체계

요금은 구간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컨벤션 기간 동안 LVCC 캠퍼스 내에서의 이동은 컨벤션 참가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15 그러나 컨벤션 센터와 리조트 월드 같은 외부 호텔을 연결하는 구간은 유료이며, 1일 이용권이 5달러, 1회 편도 이용권이 3.75달러 수준이다.16 TBC는 향후 네트워크가 확장됨에 따라 해리 리드 국제공항에서 컨벤션 센터까지 10달러, 다운타운에서 컨벤션 센터까지 5달러 등, 기존 택시나 차량 공유 서비스보다 저렴한 요금을 책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15

2.2.5 자율주행 현황

현재 루프를 운행하는 모든 테슬라 차량에는 안전을 위해 인간 운전자가 탑승하고 있다.8 이들은 테슬라의 FSD 소프트웨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일론 머스크는 수개월 내에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기술적, 규제적 문제로 인해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8

현재까지의 운영 실적을 종합해 볼 때, 루프는 ’대중교통의 혁명’이라는 거창한 수식어와는 거리가 있다. 시간당 9만 명이라는 목표치는 완전 자율주행, 수천 대의 차량, 수십 개의 스테이션이 이상적으로 작동할 때의 이론적 최대치에 불과하다. 인간 운전자가 필요하고, 차량 수가 제한적이며, 피크 타임에는 터널 입구에서 교통 체증까지 발생하는 현재 상황 6은 루프의 실체가 ’고정된 경로를 운행하는 저속 전기차 택시 서비스’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기록된 수송량은 경전철(LRT) 시스템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도시의 핵심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대체재’라기보다는 특정 구역 내에서 도보나 셔틀버스를 보완하는 ‘보완재’ 역할에 머물러 있다. 이는 루프의 성공 여부가 TBC의 통제 밖에 있는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이라는 외부 변수에 결정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이 실현되지 않는 한, 높은 인건비로 인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18, 수송 용량의 획기적인 증대도 불가능해 사업 모델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2.3 확장 계획과 확장성의 한계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초기 성공을 발판으로, TBC는 야심 찬 확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확장 모델은 다른 도시로 쉽게 복제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2.3.1 베이거스 루프 확장 계획

TBC는 클라크 카운티와 라스베이거스 시 당국으로부터 총 68마일(약 109km)의 터널과 104개의 역으로 구성된 광범위한 네트워크 건설 계획을 승인받았다.6 이 계획에는 해리 리드 국제공항, NFL 경기장인 얼리전트 스타디움, 다운타운의 프리몬트 스트리트, 그리고 스트립 지역의 거의 모든 주요 호텔과 카지노를 연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7 이는 라스베이거스의 관광 및 컨벤션 산업의 핵심 동맥 역할을 하겠다는 TBC의 의지를 보여준다.

2.3.2 글로벌 확장 시도

TBC는 라스베이거스를 넘어 전 세계 주요 도시로 루프를 확장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두바이에서 나왔다. 2026년 개통을 목표로 약 17km 길이의 ‘두바이 루프’ 1단계 건설 계획이 발표되었으며, 이는 미국 외 지역에서의 첫 상업 운영 사례가 될 전망이다.19 그러나 과거 시카고 공항 연결 프로젝트나 로스앤젤레스, 볼티모어-워싱턴 D.C. 노선 등 야심 차게 추진되었던 다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규제, 자금, 지역 사회의 반대 등의 문제로 무산되거나 보류된 상태다.6

2.3.3 확장성의 제약

루프의 확장 모델은 몇 가지 근본적인 제약에 직면해 있다.

  • 물리적 제약: TBC의 터널링 기술이 저렴하다고는 하나, 이는 상대적으로 지질이 단순한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지역에 해당될 수 있다. 기존 지하 인프라가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암반이 많은 뉴욕, 런던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터널링 비용과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 경제적 제약: 베이거스 루프의 핵심적인 사업 모델은 TBC가 터널이라는 공용 인프라만 건설하고, 각 스테이션은 그 수혜를 입는 호텔이나 카지노가 자비로 건설하는 방식이다.6 이는 TBC의 초기 투자 부담을 크게 줄여주지만, 반대로 수익성이 보장되는 상업 시설이 없는 주거 지역이나 공공시설로의 확장은 어렵게 만든다. 공공 재원의 투입 없이는 네트워크가 도시 전체로 확장되기 어려운 구조다.

결론적으로 루프의 확장 모델은 전통적인 ‘공공 인프라’ 개발보다는 ‘상업적 부동산 개발’ 모델에 더 가깝다. TBC는 터널을 건설하여 ’지하 도로’를 제공하고, 수익성이 높은 거점의 소유주들은 자비로 ’나들목(IC)’에 해당하는 스테이션을 건설하여 자신의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민간 자본을 활용하여 빠른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네트워크가 수익성 있는 지점들만 파편적으로 연결하는 ’점들의 집합’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도시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선과 면’의 교통망으로 발전하기보다는, 특정 상업 지구의 접근성을 높이는 폐쇄적인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크다. 루프가 진정한 도시 교통의 대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익성이 낮은 지역까지 포괄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유층과 관광객을 위한 지하 전용도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도시 내 교통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2.4 규제, 안전, 환경 문제 분석

TBC의 ‘빠른 실행’ 전략은 규제 당국과의 잦은 마찰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하 터널이라는 폐쇄된 환경은 그 자체로 높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요구한다.

2.4.1 규제 위반 실태

ProPublica의 보도에 따르면, TBC는 베이거스 루프 건설 과정에서 네바다주 환경보호국(NDEP)으로부터 약 800건에 달하는 환경 규정 위반을 지적받았다.9 여기에는 당국의 승인 없이 굴착을 시작하거나, 처리되지 않은 지하수를 도로에 방류하고, 트럭에서 진흙 폐기물을 유출하는 등의 행위가 포함된다. 이는 TBC가 규정 준수보다 공사 속도를 우선시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2.4.2 안전 문제

노동자 안전 문제도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2023년 말, 네바다주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터널 내 발목 깊이의 침수, 폐기물 유출로 인한 노동자들의 화학적 화상 등을 이유로 TBC에 11만 2천 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다.9 또한 소방 당국은 루프 터널 내 구조 활동 후 유해 물질 때문에 장비를 특별 소독해야 한다고 보고했다.9

2.4.3 터널 안전 시스템과 현실의 괴리

TBC는 공식적으로 루프 터널이 불연성 자재로 건설되었으며, 이중화된 단방향 환기 시스템, 100% 사각지대 없는 CCTV 감시, 비상 탈출구, 화재 감지 및 진압 시스템 등 최고 수준의 안전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1 또한 과거 대지진 사례를 들며 터널이 지상 구조물보다 지진에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한다.1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부 루프 스테이션은 소방 당국이 제기한 화재 안전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해 개장이 지연되는 등 8, TBC의 안전 기준과 규제 당국의 시각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TBC의 ’속도 우선주의’와 규제 경시 태도는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리스크 요인이다. 수백 건에 달하는 규제 위반과 안전 문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절차를 무시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는 “승인을 기다리느니 잘못이 있다면 벌금을 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평소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9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프로젝트를 빠르게 진척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수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이용하는 교통 시스템에서 안전과 신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다. TBC가 라스베이거스를 넘어 다른 도시로 성공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무모한 사업 방식을 버리고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인프라 개발사로서의 모습을 증명해야 한다. 규제 당국과의 긴밀한 협력과 엄격한 안전 표준 준수 없이는 대중의 신뢰, 즉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3. 도심항공교통(UAM): 수직이착륙 항공기의 비상

3.1 핵심 기술: eVTOL 기체와 자율비행

UAM의 실현은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 즉 eVTOL의 기술적 성숙에 달려있다. eVTOL은 헬리콥터처럼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이착륙하면서도, 비행기처럼 효율적으로 순항할 수 있는 능력을 전기 동력으로 구현한 차세대 항공기다.20

3.1.1 eVTOL 기술 개요

eVTOL의 핵심은 기존 헬리콥터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 즉 높은 소음, 비싼 운영비, 복잡한 기계 구조, 그리고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전기 모터를 사용함으로써 내연기관의 폭발 소음 대신 프로펠러 회전음만 발생하여 훨씬 조용하며,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친환경 운송수단이다.3 또한, 기계적으로 복잡한 내연기관 엔진과 로터 시스템 대신 다수의 단순한 전기 모터를 사용함으로써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3.1.2 다양한 기술 방식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eVTOL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술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멀티콥터(Multicopter): 여러 개의 로터를 이용해 양력을 얻는 방식으로, 우리가 흔히 보는 드론과 구조가 유사하다. 기술적으로 가장 단순하고 안정적인 호버링(정지 비행)이 가능하지만, 수평 비행 시 에너지 효율이 낮아 속도와 항속거리에 한계가 있다. 중국의 이항(EHang) EH216-S가 대표적인 예다.

  • 리프트+크루즈(Lift + Cruise): 수직 이착륙을 위한 로터와 수평 비행(순항)을 위한 프로펠러를 별도로 장착한 방식이다. 각 비행 모드에 최적화된 추진 시스템을 사용하므로 에너지 효율이 높지만, 사용하지 않는 추진 장치가 사하중(dead weight)이 되고 구조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다. 보잉의 자회사인 위스크 에어로(Wisk Aero)의 기체가 이 방식을 채택했다.21

  • 벡터드 스러스트(Vectored Thrust): 추진 장치의 방향을 바꾸어 이착륙 시에는 수직으로, 순항 시에는 수평으로 추력을 분사하는 방식이다. 로터 전체를 기울이는 틸트로터(Tilt-rotor), 날개 전체를 기울이는 틸트윙(Tilt-wing), 덕트(원통형 관)를 기울이는 틸트덕트(Tilt-duct) 등으로 나뉜다. 고속 비행과 장거리 운항에 가장 유리하지만, 모드 전환 시 공기역학적 불안정성을 제어해야 하는 등 기술적 난이도가 가장 높다.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 릴리움(Lilium) 등 대부분의 선두 기업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21

3.1.3 핵심 구성 요소

이러한 eVTOL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은 다음과 같다.

  • 고밀도 배터리 기술: 항공기의 항속거리와 탑재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은 아직 한계가 있어, 많은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20

  • 분산 전기 추진(Distributed Electric Propulsion, DEP): 항공기 전체에 여러 개의 전기 모터와 프로펠러를 분산 배치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일부 모터가 고장 나더라도 나머지 모터로 안전하게 비행 및 착륙이 가능해져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23

  •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 조종사의 조작을 기계적인 연결이 아닌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컴퓨터가 각 모터와 제어면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다수의 추진 장치를 인간이 직접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DEP 시스템을 갖춘 eVTOL에는 필수적인 기술이다.4

3.1.4 자율비행

궁극적으로 UAM은 조종사 없이 운항하는 완전 자율비행을 목표로 한다. 자율비행은 조종사 인건비를 없애 운영 경제성을 극대화하고, 인간의 실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안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탑승하는 모델로 시작하여, 기술과 사회적 수용성이 성숙됨에 따라 원격 조종을 거쳐 완전 자율비행으로 전환한다는 단계적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3 반면, 위스크 에어로는 처음부터 지상에서 원격으로 감독하는 완전 자율비행 모델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24

현재 UAM 시장의 다양한 기술 방식들은 ’하나의 정답’을 찾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장과 용도에 최적화’된 해법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조가 단순한 멀티콥터 방식의 EHang 기체는 도심 내 짧은 거리를 운항하는 관광용 에어택시에 적합할 수 있다. 반면, 고속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벡터드 스러스트 방식의 조비나 릴리움 기체는 도시와 공항을 연결하는 셔틀이나 인접 도시 간 이동 서비스에 더 큰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26 이는 UAM이 단일한 형태의 교통수단으로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거리와 수요에 대응하는 다층적인 항공 모빌리티 네트워크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투자자나 정책 입안자는 특정 기술의 우월성을 단정하기보다, 각 기술 방식이 목표로 하는 사용 사례(Use Case)의 시장 규모와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자신이 속한 도시의 특성과 주요 교통 수요에 어떤 솔루션이 가장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3.2 주요 플레이어 및 기체 개발 현황

UAM 시장은 항공우주 대기업부터 혁신적인 스타트업까지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각축장이다. 이들의 기체 개발 현황과 인증 진행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UAM 산업의 현재 기술적 성숙도와 미래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조비 에비에이션 (Joby Aviation, 모델명: JAS4-1): UAM 개발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미국 기업이다. 틸트로터 방식의 기체는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을 태우고 최고 속도 200mph(약 322km/h), 최대 항속거리 150마일(약 241km)의 뛰어난 성능을 목표로 한다.27 미 연방항공청(FAA)의 형식증명(TC) 절차 5단계 중 3단계를 완료했으며, 2025년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27 특히 미 공군과의 1억 3,1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통해 기체를 납품하는 등, 기술력과 신뢰성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28

  • 아처 에비에이션 (Archer Aviation, 모델명: Midnight): 조비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미국 기업이다. 틸트로터 방식의 ’미드나잇’은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을 태울 수 있으며, 최고 속도 150mph(약 241km/h)로 20~50마일(약 32~80km)의 짧은 거리를 연속적으로 빠르게 운항하는 도심 내 에어택시 서비스에 최적화되어 있다.23 유나이티드 항공으로부터 10억 달러 규모의 구매 계약을 확보했으며, FAA로부터 항공운송사업자 증명(Part 135)을 획득하여 상용 운항을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목표 상용화 시점은 2025년이다.31

  • 릴리움 (Lilium, 모델명: Lilium Jet): 독특한 기술 방식으로 주목받는 독일 기업이다. 날개에 장착된 30여 개의 작은 전기 덕티드 팬(Ducted Fan)을 기울여 추력 방향을 바꾸는 방식을 사용한다. 6인승 모델은 최고 속도 250km/h, 최대 항속거리 250km를 목표로 하여, 도시 내 이동을 넘어 도시 간(regional) 이동 시장을 공략한다.26 유럽항공안전청(EASA)으로부터 설계조직인증(Design Organization Approval, DOA)을 획득하여 기체 설계 및 인증 역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으며, 2025년 말 형식증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34

  • 위스크 에어로 (Wisk Aero, 모델명: Generation 6): 보잉이 투자한 미국 기업으로, ’완전 자율비행’을 초기부터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4인승 기체는 조종사 없이 지상 관제 센터의 원격 감독 하에 비행한다.24 최고 속도 120노트(약 222km/h), 항속거리 90마일(약 145km)의 성능을 가지며, 2030년 이전에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36

  • 이항 (EHang, 모델명: EH216-S): UAM 상용화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는 중국 기업이다. 2인승 멀티콥터 방식의 기체는 완전 자율비행으로 운항된다. 성능 면에서는 서구권 기체에 비해 뒤처지지만, 규제 인증 속도에서는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 중국민용항공국(CAAC)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형식증명(TC), 표준감항증명(AC), 생산허가증(PC), 그리고 상업 운항을 위한 운영허가(OC)까지 모두 획득하여, 이미 중국 내 관광지 등에서 상업 운항을 시작했다.38

다음 표는 이들 주요 UAM 기업의 기체 제원과 인증 현황을 요약하여 비교한 것이다.

구분Joby AviationArcher AviationLiliumWisk AeroEHang
기체명JAS4-1 (S4)MidnightLilium JetGeneration 6EH216-S
좌석 수1+41+41+64 (자율비행)2 (자율비행)
최고 속도200 mph (322 km/h)150 mph (241 km/h)250 km/h120 knots (222 km/h)130 km/h
최대 항속거리150 miles (241 km)100 miles (161 km)250 km90 miles (145 km)35 km
기술 방식틸트로터틸트로터틸트 덕티드 팬리프트+크루즈멀티콥터
핵심 인증 기관FAA (미국)FAA (미국)EASA (유럽)FAA (미국)CAAC (중국)
현재 인증 단계TC 5단계 중 3단계 완료TC 진행 중, Part 135 획득TC 진행 중, DOA 획득TC 준비 중TC, AC, PC, OC 모두 획득
목표 상용화2025년2025년2025년 말2030년 이전2023년 (상업 운항 시작)
자료: 23 등을 기반으로 재구성

이 표는 UAM 산업의 경쟁 구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기술적 성능 면에서는 조비와 아처 같은 미국 기업들이 앞서 있지만, 상용화의 가장 큰 관문인 ’인증’에서는 중국의 이항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압도적인 속도를 보이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는 UAM 시장의 초기 패권이 단순히 기술의 우수성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3.3 인증 및 규제: 상용화를 향한 허들

아무리 혁신적인 eVTOL 기체가 개발되더라도, 규제 당국의 엄격한 안전성 검증, 즉 감항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을 통과하지 못하면 상업적으로 운항할 수 없다. 이 인증 과정은 UAM 상용화의 가장 높고 험난한 장벽이다.

3.3.1 서구권의 엄격한 인증 절차

미국의 FAA와 유럽의 EASA는 세계 항공 안전을 선도하는 양대 규제 기관으로, 이들의 인증 절차는 매우 엄격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VTOL은 기존의 고정익 항공기나 회전익 항공기(헬리콥터)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항공기이기 때문에, 기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FAA와 EASA는 각각 ‘동력 리프트(Powered-lift)’ 범주에 대한 특별 감항요건(Special Condition)을 제정하여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4

인증 과정은 통상적으로 다음과 같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1. 형식증명(Type Certificate, TC): 항공기 모델의 설계가 안전 기준을 충족함을 증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단계다.

  2. 생산증명(Production Certificate, PC): 인증된 설계대로 항공기를 일관된 품질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한다.

  3. 항공운송사업자 증명(Air Operator Certificate, AOC / Part 135): 항공기를 이용해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상업적 서비스를 운영할 자격과 시스템을 갖추었음을 증명한다.

현재 조비, 아처 등 대부분의 서구권 선두 기업들은 첫 번째 단계인 TC 획득을 위해 FAA 및 EASA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28

3.3.2 중국의 속도전: EHang 사례

이러한 서구권의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 방식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UAM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정부 주도 하에 빠른 속도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항(EHang)과 중국민용항공국(CAAC)의 긴밀한 협력이 있다. CAAC는 ‘저고도 경제’ 활성화라는 국가적 목표 아래, 이항의 EH216-S 모델을 위한 특별 감항요건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인증 절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40 그 결과 이항은 2023년 말, 전 세계 eVTOL 개발사 중 최초로 TC, 표준감항증명(AC), 생산허가증(PC)을 모두 획득했으며, 2025년 초에는 상업 운항을 위한 운영허가(OC)까지 받아냈다.39

더욱 주목할 점은, 이항이 기체뿐만 아니라 UAM 운항에 필수적인 관제 시스템(Unmanned Aircraft Cloud System, UACS)까지 CAAC로부터 함께 인증받았다는 사실이다.40 이는 이항이 단순히 항공기 제조사를 넘어, UAM 운영에 필요한 전체 ’생태계’를 패키지 형태로 수출할 수 있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은 UAM 시장의 초기 패권이 순수한 ‘기술’ 경쟁이 아닌, ’인증 속도’와 ‘규제 표준 선점’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기술적으로 더 진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서구의 기체들이 FAA와 EASA의 복잡하고 긴 인증 절차에 묶여 있는 동안, 이항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장에 먼저 진입하여 귀중한 실제 상업 운항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만약 이항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시아, 중동, 남미 등 신흥 시장에 자사의 인증 표준과 운영 시스템을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확산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는 서구 기업들은 이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중국의 표준을 따르거나 훨씬 더 높은 진입 장벽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40 이는 과거 반도체, 통신 장비, 전기차 충전 규격 등 여러 산업에서 벌어졌던 기술 표준 전쟁이 UAM 산업에서도 재현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미래 항공 교통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전을 담보하는 선에서 인증 절차를 합리화하고 국제 표준 수립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지정학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3.4 인프라 생태계: 버티포트와 공역 관리

UAM이 성공적으로 도시 교통 시스템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항공기 개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항공기가 뜨고 내릴 물리적 공간과, 수많은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하늘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사회적 합의가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3.4.1 버티포트(Vertiport)

버티포트는 UAM 기체의 수직 이착륙, 충전, 간단한 정비, 그리고 승객의 탑승 및 하기를 위한 전용 시설이다.44 개념적으로는 헬리콥터 이착륙장인 헬리포트(Heliport)와 유사하지만, UAM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요구사항들이 추가된다. UAM은 높은 빈도로 운항될 예정이므로 여러 대의 기체가 동시에 이착륙하고 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며, 전기 동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속 충전 설비가 필수적이다.45 FAA는 최근 발표한 기술 지침(EB 105A)에서 버티포트를 헬리포트의 한 종류로 분류하면서도, 고빈도 운항과 전기 충전, 배터리 화재 안전 등에 대한 추가적인 고려사항을 제시했다.46 버티포트는 신축 건물 옥상이나 공항 부지, 주차장 등 다양한 공간에 건설될 수 있어 입지 확보가 터널링보다는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3.4.2 공역 관리(Airspace Management)

현재의 항공 교통 관제(Air Traffic Management, ATM) 시스템은 주로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소수의 민간 항공기를 위해 설계되었다. 수백, 수천 대의 UAM 기체가 낮은 고도의 복잡한 도심 상공을 동시에 비행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공역 관리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무인항공기 교통관리체계(UAS Traffic Management, UTM)다.5 UTM은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저고도 공역의 교통 흐름을 관리하고, 기체 간 충돌을 방지하며, 기상 정보나 비행 금지 구역 같은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성공적인 UAM 운항을 위해서는 이 UTM 시스템이 기존 ATM 시스템과 원활하게 통합되어야 하는 기술적 과제가 남아있다.47

3.4.3 사회적 수용성

기술과 인프라가 모두 준비되더라도, 시민들이 UAM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상용화는 불가능하다. 사회적 수용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안전에 대한 우려, 소음, 그리고 사생활 침해 문제다.3 UAM 업계는 분산 전기 추진(DEP) 시스템과 비상용 낙하산 등을 통해 기존 항공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48 소음 문제 역시, eVTOL이 기존 헬리콥터보다 100배 이상 조용하다는 테스트 결과를 내세우며 해결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22 그러나 수많은 기체가 주거지 상공을 낮게 비행하는 것에 대한 시각적 거부감과 사생활 침해 우려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49

결론적으로 UAM의 성공은 ’기체 개발’이라는 기술적 과제를 넘어, ’도시 인프라 및 사회 시스템과의 통합’이라는 훨씬 더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데 달려있다. 세계 최고의 eVTOL 기체가 개발되더라도, 이착륙할 버티포트가 없고, 비행할 하늘길(UTM)이 열리지 않으며, 지상의 주민들이 소음과 안전 문제로 반대한다면 UAM은 한낱 꿈에 불과할 것이다. 이는 UAM 산업이 단순히 항공기 제조사만의 리그가 아니라, 부동산 개발사, 전력 회사, 통신 회사, 그리고 도시 계획을 총괄하는 지방 정부와의 광범위하고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인 ’생태계 산업’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UAM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도시는 단순히 기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도시 계획, 에너지 정책, 환경 규제, 시민 참여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UAM 마스터플랜’을 선제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성공적인 UAM 도입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거버넌스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4. 정면 비교 분석: 루프 vs. UAM

지하와 상공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을 활용하는 루프와 UAM은 미래 도시 모빌리티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동시에, 각기 다른 장단점과 적용 가능한 영역을 가진다. 두 시스템을 인프라, 운영, 경제성, 안전성의 측면에서 정면으로 비교 분석한다.

4.1 인프라 구축: 터널링 vs. 버티포트 네트워크

  • 루프: 지하 터널은 한번 구축되면 날씨, 계절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전천후 인프라라는 절대적인 강점을 가진다. 지상 교통과 완전히 분리되어 24시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지하 공간을 활용하므로 지상의 비싼 토지를 수용할 필요가 적고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 그러나 초기 터널링 비용이 막대하며, 한번 노선이 확정되면 변경이나 확장이 거의 불가능하여 유연성이 극도로 낮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 UAM: 버티포트는 터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으며, 기존 건물의 옥상이나 주차장, 공터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입지 선정의 유연성이 높다. 항공 노선은 물리적인 구조물이 아니므로 수요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경하거나 추가하는 것이 용이하다. 그러나 UAM 운항은 강풍, 폭우, 안개 등 기상 조건에 매우 취약하여 서비스의 안정성과 정시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47

4.2 운영 효율성 및 수송 능력

  • 루프: 24시간 중단 없는 운영이 가능하며, 특히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될 경우 차량을 매우 높은 빈도로 연속 투입할 수 있다. 이는 승객의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꾸준한 수송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단일 터널 내에서는 추월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 차량의 고장이나 문제가 전체 노선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단일 실패점(Single Point of Failure)’ 리스크가 상존한다.

  • UAM: 운항 가능 시간은 기상 조건과 야간 비행 규제 등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또한, 기체 충전 시간(약 15분) 36과 이착륙에 필요한 안전 간격 때문에 루프만큼 연속적인 수송 흐름을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중에서는 다양한 항로 설정이 가능하므로, 특정 기체나 버티포트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이다. 유연성 면에서 우위를 가진다.

4.3 경제성 분석: 구축비, 운영비, 예상 요금

두 시스템의 경제성은 장기적인 시장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 구축 비용: TBC는 마일당 터널링 비용을 1,000만 달러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 LVCC 루프(1.7마일) 건설에는 약 4,700만~5,300만 달러가 소요되었다.7 이는 마일당 약 2,700만~3,100만 달러 수준으로, 기존 지하철(마일당 수억 달러)보다는 훨씬 저렴하지만 여전히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UAM의 버티포트 구축 비용은 규모와 입지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터널링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 운영 비용:

  • 루프: 운영비 구조는 완전 자율주행 실현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자율주행이 완성되면 조종사 인건비가 ’0’에 수렴하여 운영비가 매우 낮아질 잠재력을 가진다. 차량 유지보수비, 전기료, 터널 관리비가 주된 비용이 될 것이다. 한 분석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반 루프의 마일당 변동 비용은 0.52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18

  • UAM: 운영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조종사 인건비와 높은 수준의 기체 정비 비용이다. eVTOL 기체 가격 자체도 수백만 달러에 달하며, 버티포트 운영 인력, 공역 사용료 등도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다. 이로 인해 초기 UAM 서비스의 마일당 요금은 고급 택시나 리무진 서비스와 비슷하거나 더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47

  • 예상 요금: 이러한 비용 구조의 차이는 예상 요금에 그대로 반영된다. 루프는 버스 요금과 비슷한 수준의 저렴한 요금을 목표로 대중 시장을 공략하는 반면 15, UAM은 초기에는 시간을 절약하려는 비즈니스 이용객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서비스로 시작하여, 기술 성숙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점차 요금을 낮춰나가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표는 루프와 UAM의 경제성을 주요 항목별로 비교 분석한 것이다.

구분더 보링 컴퍼니 ‘루프’도심항공교통(UAM)
마일당 인프라 구축 비용 (추정)약 3,000만 달러 (라스베이거스 기준)터널링 대비 현저히 낮음 (버티포트 규모에 따라 변동)
주요 운영 비용 항목전기료, 차량/터널 유지보수, (초기) 운전자 인건비조종사 인건비, 기체 유지보수, 충전비, 버티포트 운영비, 보험료
자율화/자동화 의존도매우 높음 (경제성 확보의 전제 조건)높음 (장기적 경제성 확보 및 확장성의 핵심)
예상 승객당 마일 요금 (초기)2~3 달러 (택시/차량공유와 유사)10~30 달러 (헬리콥터/리무진 서비스와 유사)
예상 승객당 마일 요금 (성숙기)1 달러 미만 (대중교통과 유사)2~5 달러 (프리미엄 택시 수준)
핵심 경제성 변수완전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 및 상용화기체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 하락, 배터리 효율 증대

자료: 7 등을 기반으로 재구성 및 추정

이 표는 두 시스템의 비즈니스 모델이 근본적으로 다름을 보여준다. 루프는 ‘초기 고정비는 매우 높지만, 변동비는 매우 낮은’ 모델로, 막대한 초기 투자를 감당하고 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UAM은 ‘초기 고정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변동비(특히 인건비, 정비비)는 높은’ 모델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높은 요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여 수익성을 확보하고, 점차 기술 발전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대중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4.4 안전성 및 사회적 수용성

  • 루프: 폐쇄된 지하 터널 구조는 테러나 외부 충격과 같은 위협으로부터는 안전하지만,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고에는 매우 취약하다. 화재, 침수, 차량 고장 시 승객들이 좁은 터널 안에 갇히게 되며, 신속한 대피와 구조가 어렵다는 본질적인 위험이 존재한다. 이는 승객들에게 밀실 공포(claustrophobia)를 유발할 수 있다. TBC는 다양한 안전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강조하지만 1, 라스베이거스에서 드러난 수많은 규제 위반 사례 9는 이러한 주장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 UAM: 대중이 느끼는 가장 큰 불안감은 ’추락’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다. UAM 업계는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 여러 개의 모터 중 일부가 멈춰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분산 전기 추진(DEP) 기술, 비상 상황 시 기체 전체를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비상 낙하산(Ballistic Parachute) 등 다중 안전장치를 통해 기존 민간 항공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48 소음 문제 역시 기존 헬리콥터보다 현저히 개선되었으나 22, 수많은 기체가 도심 상공을 낮게 비행하는 것에 대한 시각적 거부감과 사생활 침해 우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5. 시장 경쟁 및 미래 전망

5.1 경쟁 구도: 상호 대체재인가, 보완재인가?

루프와 UAM은 모든 영역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완전한 대체재 관계라기보다는, 특정 시장에서는 경쟁하고 다른 시장에서는 상호 보완하는 복합적인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 단거리 도심 이동 (Intra-city): 5~10km 내외의 도심 내 짧은 거리 이동 시장에서는 두 시스템이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심의 비즈니스 지구와 컨벤션 센터를 연결하는 노선이 대표적이다. 이 시장에서 루프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안정성과 저렴한 요금을, UAM은 지형적 제약 없이 최단 직선 경로로 이동하는 압도적인 속도를 경쟁력으로 내세울 것이다.

  • 공항 연계 (Airport Shuttle): 도심과 공항을 연결하는 노선은 두 시스템 모두에게 가장 확실하고 수익성 높은 핵심 시장(Use Case)으로 꼽힌다. 교통 체증이 가장 심하고, 시간을 절약하려는 수요가 가장 높은 구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을 누가 먼저 선점하고 표준으로 자리 잡느냐에 따라 초기 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수 있어,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 광역 교통 (Inter-city): 수십 km 이상의 도시 간 이동 시장에서는 명백하게 UAM이 우위를 점한다. 특히 릴리움 젯과 같이 200km 이상의 항속거리를 목표로 하는 기체들은 인접 도시를 연결하는 새로운 광역 교통 수단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26 루프가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하이퍼루프(Hyperloop)로 진화해야 하지만, 이는 아직 기술적, 경제적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먼 미래의 이야기다.

  • 상호 보완 가능성: 장기적으로 도시 교통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두 시스템은 경쟁을 넘어 상호 보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UAM이 도시의 주요 거점(버티포트)들을 빠르고 넓게 연결하는 ‘간선’ 역할을 하고, 루프는 각 거점 내부나 주변 지역의 붐비는 곳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지선’ 또는 ‘라스트 마일’ 교통을 담당하는 식이다. 승객은 버티포트에서 UAM을 내린 뒤, 바로 루프 스테이션으로 환승하여 최종 목적지까지 끊김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루프와 UAM의 경쟁은 단순히 ’지하 터널 기술’과 ’항공 기술’의 대결이 아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철학과 생태계 전략의 충돌이다. 루프는 TBC의 터널, 테슬라의 차량,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이어지는 극도로 수직 계열화된 ‘닫힌 생태계(Walled Garden)’ 모델이다. 가치사슬의 모든 핵심 요소를 일론 머스크의 기업들이 통제하며, 외부 파트너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반면, UAM 산업은 기체 제조사(조비, 아처 등), 운항사(유나이티드 항공 등 항공사), 인프라 개발사(버티포트 전문 기업), 플랫폼 사업자(예약 및 관제 솔루션 기업) 등 수많은 전문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협력하는 ’열린 생태계(Open Ecosystem)’를 지향한다.50

닫힌 생태계는 의사결정이 빠르고 기술 통합이 용이하여 초기 개발 속도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독점적 구조로 인해 혁신이 정체되거나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열린 생태계는 초기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조율과 표준화 문제로 속도가 더딜 수 있지만, 수많은 참여자들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고 시장이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될 잠재력을 가진다. 장기적으로 어떤 생태계 모델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미래 도시 모빌리티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는 이 경쟁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5.2 시장 잠재력 및 성장 예측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구체적인 시장 예측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 UAM 시장: 시장조사기관 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UAM 시장 규모는 2024년 45억 9천만 달러에서 2030년에는 234억 7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연평균 31.2%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률이다.52 또 다른 연구에서는 미국의 AAM(Advanced Air Mobility, UAM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 승객 서비스 시장이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도 연간 25억 달러의 가치를 가질 것으로 분석했다.53 이러한 성장은 전 세계적인 도시 인구 증가, 심화되는 교통 체증, 그리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맞물리면서 가속화될 것이다.52

  • 루프 시장: 루프 시스템 자체에 대한 독립적인 시장 예측 자료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TBC의 기업 가치가 2023년 기준 약 7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는 점 9은 이 기술이 가진 파괴적 잠재력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를 반영한다. 루프가 성공적으로 대도시 교통망의 일부로 자리 잡을 경우, 연간 5,000억 달러가 넘는 기존의 택시 및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54

5.3 성공을 위한 핵심 변수 및 전략적 제언

지하와 상공에서 펼쳐지는 이 거대한 혁신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변수들을 넘어서야 한다.

5.3.1 루프의 성공 변수

  1.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율주행 없이는 루프의 경제성과 대규모 수송 능력 확보가 불가능하며, 사업 모델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2. 터널링 비용의 실질적 절감 증명: 라스베이거스의 특정 조건을 넘어, 다양한 지질과 도시 환경에서도 일관되게 비용 경쟁력을 입증해야만 글로벌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3. 규제 준수 및 안전 신뢰 확보: 현재의 ‘속도 우선, 규제 후순위’ 모델을 버리고, 대중의 생명을 책임지는 인프라 사업자로서의 투명성과 책임감을 보여주어야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5.3.2 UAM의 성공 변수

  1. 항공 인증 획득: 상용화를 위한 가장 크고 명백한 허들이다. FAA와 EASA의 엄격한 인증 절차를 성공적으로 통과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2. 배터리 기술의 발전: 현재의 배터리 성능은 UAM의 항속거리와 탑재량을 제한하는 가장 큰 기술적 병목이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3. 인프라 구축 및 사회적 수용성 확보: 버티포트 네트워크, 저고도 공역 관리 시스템(UTM) 구축과 함께, 소음과 안전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5.3.3 정책 입안자 및 기업을 위한 전략적 제언

  • 정책 입안자를 위하여: 특정 기술(루프 또는 UAM)에 편중된 정책보다는, 기술 중립적 관점에서 도시 전체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인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도시의 지리적 특성, 인구 밀도, 주요 교통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루프, UAM, 자율주행 버스, 공유 모빌리티 등 다양한 수단들이 서로 경쟁하고 보완하며 최적의 조합을 이룰 수 있는 유연한 정책 프레임워크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과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여 민간의 혁신을 지원하되, 그 과정에 대한 엄격한 감독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병행해야 한다.

  • 기업을 위하여: UAM 생태계의 복잡성과 막대한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보다는 자사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이종 산업 간의 개방적인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기체 제조사, 운항사, 인프라 개발사, 통신사, 플랫폼 기업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할 때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루프의 경우, 폐쇄적인 독자 노선을 고수하기보다는 기존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시스템과의 환승 연계를 적극적으로 모색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진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미래 도시의 모습은 지하 터널과 하늘 길 중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두 시스템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도시의 혈관을 더욱 입체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성공의 열쇠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도시와 사회에 안전하고 조화롭게 통합시키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6.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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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he Boring Company, https://www.boringcomp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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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he Boring Company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The_Boring_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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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I Took Elon Musk’s Las Vegas Loop And It’s Just As Dumb As I Was Expecting - Jalopnik, https://www.jalopnik.com/i-took-teslas-las-vegas-loop-and-its-just-as-dumb-as-i-1850977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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